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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때문에 사람을 놓치기도 합니다. 단지 놓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릇치는 일도 없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옷을 입기도 할 것입니다. 일요일 꼬박 하루품을 들여서 겨우 한 페이지를 읽는 노인이 있었습니다. 보통때는 책을 읽는 일이 없는 분입니다. 평생에 자기가 가진 책이라고는 아마 한권도 없었던 분이라 생각됩니다. 책을 자신의 손과 발에 묻어 놓고 있는 분이라 해야 옳습니다. 바깥에서 방문을 잠가 놓는 일요일은 답답합니다. 4평의 공간에 갇힌 일요일을 15명이 나누어 써야합니다. 달리 할 일이 없어서 하는 독서였습니다. 금이간 플라스틱베개를 비스듬히 괴고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한쪽다리가 실로 된 안경은 독서를 위해서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겉장이 떨어져 나간 묵은 잡지는 그분이 고른 책이 아님은 물론입니다. 굴러 다니는 책을 치우는 셈으로 잠시 손에 잡았을 뿐입니다. 나중에 내가 읽어보고 안 것이지만 그 책은「현대문학」과년호였습니다. 그분은 그날 오전부터 아마 오후 서너시까지 독서를 하였다고 기억됩니다. 수필 한편을 읽는 데 걸린 시간이 일요일 온 종일입니다. 물론 중간에 점심먹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두어차례 눈을 붙이기도 하였습니다. 어쨋든 하루종일 한 페이지 정도의 수필 한 편을 읽었습니다. 그분이 독서를 끝마쳤을 때 내가 다가가서 물어보았습니다. “오늘은 웬일로 독서를 그렇게 열심히 하십니까? 무슨 내용입니까?” ‘독서’란 말이 무척이나 송구스러웠던지 몹시 수줍어하였습니다. “내가 읽으면 뭘 아나? 하릴 없어서 들고 있는 거지” 한사코 묵비하는 그분에게 나는 독후감을 졸랐습니다. 수필의 내용을 끈질기게 묻는 내게 마지 못해 대답했습니다. “뜰이 좁아서 꽃을 못심었대나 뭐 그런 걸 썼어.” 정곡을 찌른 한마디였습니다. 놀라운 통찰이었습니다. 그 노인이 잠시 낮잠을 잘 동안에 물론 나도 얼른 읽었습니다. 유명한 여류의 수필이었습니다. 화사한 단어, 유려한 문체가 빛나는 문장이었습니다. 그 화사한 단어 유려한 문체가 그 노인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알몸을 들키고 말았습니다. 먹물이 든 사람이라면 백발백중 현혹당했을 그 의상에 그 노인은 반눈도 주지 않았습니다. 알몸을 꿰뚫어보는 그의 통찰은 분명 그의‘무식’에서 온 것입니다. 무식이란 그런 것입니다. 그리고 지식이란 그런 것입니다. 지식과 무식이 지리를 바꾸어야 마땅한 이야기입니다. 지식이나 이론은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을 직시하기 위하여 있는 것이라면, 그 겉모양이나 보자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렇습니다. 나는 무식이 날카로운 통찰력이 되는 변증법에 대하여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지금도 책을 읽을 때면 으례 그 노인의 얼굴이 어김없이 떠오릅니다. ‘독서’라는 낱말을 만날 때마다 잠시 눈 감고 그 노인의 주름진 얼굴을 생각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