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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창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여 그는 가짜 남편 행세로 이른 바 처가에 갔다. 고기와 속옷은 물론 여자가 준비하였지만 과일만은 명색이 사위인 그가 한사코 우겨서 샀습니다. 두 사람은 서울 변두리 달동네로 오르는 비탈길을 나란히 걸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그렇고 그가 훑어보아도 흡사 친정에 가는 부부 같았습니다. 설흔이 넘도록 결혼은 물론 살림 한번 따뜻이 못해 본 그는 잠시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불현 듯 지난 세월이 회상되면서 마음이 쓸쓸해지기도 했습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희망도 없고 의욕도 없고 건강마저 없는 병석의 장인에게 나란히 큰 절을 올렸습니다. 그를 바라보는 노인의 눈길은 애매하지만 여러가지의 뜻을 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노인은 그의 그럴듯한 허우대를 한편으로는 흡족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덜 미더워 하였습니다. 내려오는 길은 물론 올라 올 때보다는 숨가쁘지 않았지만 생각은 더 무겁고 착찹하였습니다. 자기가 가짜 사위인 것이 노인에게 미안하였습니다. 문득 고향에서 그의 소식을 궁금해 하고 있을 부모님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매정한 도시의 뒷골목에서 상처받고 때묻은 자신의 젊음이 서러웠습니다. 아무 말없이 그의 옆에서 걷고 있는 그녀도 마음이 무겁고 아프기는 그에 비할 바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가 이 가짜 사위 이야기를 내게 들려 준 것은 교도소의 어느 추운 겨울밤이었습니다. 그녀가 뜻밖에도 교도소로 그를 접견다녀간 날 밤이었습니다. 그는 그때 일을 회상하는 듯이 자주 먼 곳에 눈길을 주면서 이야기 하였습니다. 나는 그 후 그녀가 또 접견을 왔었는지 오지 않았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가 출소하고 난 뒤 다시 가짜 사위로 가짜처가에 간 일이 있는지 없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그 후 진짜 부부가 되었는지 그래서 진짜 사위가 되었는지는 더더욱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나는 전철역이나 버스정류장같은 곳에서 어린애를 데린 부부를 보면 혹시 그가 아닌지 깜짝 놀라 바라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들이 비록 함께 살고 있지는 않는다고 하더라고 어떻게들 살고 있는지 잠시 생각에 젖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