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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나무가 타는 모양은 지루하기 그지없다. 기약없이 연기만 낼 뿐 불타는 기척이 없다. 화약에 불을 붙이면 그것은 연소라기 보다는 이른바 폭발이 일어난다. 화약과 젖은 나무의 차이가 이와 같다. 불꽃 한 포기 피어올리지 않고 몸살을 앓듯이 꾸역 꾸역 연기만 토하는 젖은 나무는 여간한 인내가 없으면 그 옆에서 지켜보며 앉아 있기가 어렵다. 이에 비하여 화약의 불은 미련없이 산화해버리는 순간의 미학이다. 기다림도 필요없으며 생각할 겨를도 없다. 대전교도소 2사 25방에 있을 때의 일이다. 왼쪽의 24방은 노인방이었고 오른 쪽의 26방은 일본인의 방이었다. 노인방의 싸움은 이를테면 젖은 나무가 불타는 것과 같은 모양이고, 일본인방의 싸움은 화약에 불당기는 모양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