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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발단이 발을 밟은 것이라면 싸움의 원인으로는 아무래도 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을 밟은 것이 원인이 되어 싸움이 되었다. 한 두 마디의 대거리를 거쳐 곧장 멱살을 잡는 매우 험한 싸움으로 이어졌다. 이것은 물론 교도소의 감방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교도소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좁은 감방에서 여럿이 혼거하는 징역살이에서 발을 밟거나 밟히는 일이란 바깥에서라면 소매를 스치는 정도의 가벼운 사건이다. 그러기에 그러려니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발이 아니라 머리가 밟혀도 싸움이 안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교도소의 겨울밤은 춥고 길고 배고프다. 그는 밤에 혼자서 건빵을 먹었다. 감방동료들이 잠든 뒤에 먹었다. 눈만 감고 있을 뿐 생각에 겨워 채 잠들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때에도 건빵을 먹었다. 잠자리 속에서 먹었다. 한알씩 한알씩 매우 조용히 먹었다. 다른 사람들의 수면을 배려하여 매우 조용히 먹었다. 건빵을 먹어 본 사람은 알고 있다. 한 알을 입속에 넣고 침으로 충분히 적셔서 깨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잠든 사람은 물론이고 잠들지 못하고 생각에 잠겨 있는 사람에게도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서너개를 적시고 나면 침이 달린다. 덜 젖은 건빵은 소리가 난다. 춥고 배고픈 교도소의 겨울밤에 매일밤은 아니었으나 그는 거의 매일밤 건빵을 먹었다. 그의 건빵간식은 어언간 우리방에서 묵인되었고 내어 놓고 문제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그는 충분히 친절하였다. 건빵과 친절중에서 어느 것이 먼저였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상냥하고 충분히 친절하였다. 어느 날 아침 젊은 친구가 내게 와서 가만히 이야기하였다. ‘어젯밤에 조목사가 스물 일곱개 먹었어요’ 잠들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가 먹는 건빵의 숫자를 세기도 하였다. 그가 어느 날 발을 밟았다. 어느 젊은 사람의 발을 어쩌다 밟았다. 그리고 금새 거칠은 대거리와 손찌검으로 발전했다. 그는 끝까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좁은 감방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발밟은 것으로 싸움이 되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교도소 드나드는 사람들의 거칠고 무례함을 이해하였다. 그 점을 이해하고 사과하였다. 앞으로는 발을 밟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정중히 사과하였다. 당사자 두 사람도 화해를 했다. 그리고 그 싸움은 우리 방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숱한 사움둘속에 묻혀서 쉬이 잊혀졌다. 그는 계속 건빵을 먹었고 여전히 친절하였다. 생각하면 그것은 작은 사건이었다. 그러나 교도소의 그 많은 싸움중에서 유독 그 싸움이 지금도 문득 문득 떠 오른다. 흡사 목에 맺힌 마른 건빵처럼 삭막한 기억으로 문득 문득 떠 오른다. 그리고 지금도 듣는다. 누군가 건빵 씹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다시 그 때의 싸움을 생각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