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보이지 않는 어머니

1976년5월3일 대전에서

접견 때마다 애써 아픈 마음을 누르시고 될수록 담담하게 이야기하시는 아버님, 어머님의 그 각별하신 배려 앞에서 저는 훨씬 밝은 마음이 됩니다. 역사의 골목골목에는‘눈물을 보이지 않는 어머니’가 흔히 강한 아들을 만들어 주는, 별처럼 반짝이는 이야기가 군데군데 살아 있읍니다.
애써 지으시던 담담하신 모습, 그 속에 담긴 엄한 가르침을 저는 모르지 않습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이「대학장구(大學章句)」의 진의는 그 시각적 순차성(順次性)에 있지 않고, 오히려 그 각각의 상호 연관성, 그 전체적 통일성에 깊은 뜻이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제가(濟家) 바깥의 수신(修身)을 생각할 수 있겠읍니까. 있다면 그것은 수신이 아니라 기실 소승(小乘)의 목탁이거나 아니면 한낱 이기(利己)의 소라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겠읍니까. 치국(治國) 앞선 제가(齊家)란 결국 부옥(富屋)의 맹견(猛犬)과 그 높은 담장을 연상케 합니다. 평천하(平天下)를 도외시한 치국(治國), 이것은 일제의 침략과 횡포를 그 본보기의 하나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비가 날아오니 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봄이기 때문에 제비가 날아오는 것일 터입니다. 병속의 얼음(甁中之氷)이 세모(歲暮)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세모의 한기가 얼음을 만든다는 그 명백한 이치를 상기하며 저는 이따금「대학장구」와 함께「효경(孝經)」의 효지시종(孝之始終) 귀절을 묵송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