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향(靜香) 선생님

1982년 3월 8일 대전에서

2월 19일자, 3월 2일자로 부치신 하서와「석봉 천자(石峰�字)」, 교무과로 보내신「비문 척촌도(碑文��圖)」, 그리고「선현 인영첩(先賢印影�)」모두 잘 받았읍니다.
갈문(喝文)은 며칠 전에 끝마쳐서 교무과에 우송을 부탁드렸읍니다. 곧 받으시리라 믿습니다.
한글은 몇 군데 고쳐 썼습니다.
해서(楷書)는 역시 정서(正書)라 할 만큼, 자획의 균제(均齊)가 쉽지 않음을 절감하여읍니다.
벌써 3주째 매주 금요일에 서예 선생님이 오셔서 지도해 주십니다. 지도해 주시는 정향(靜香) 조병호(趙柄鎬) 선생님은 김완당(金阮堂)―김소당(金小堂)―현백당(玄白堂)―우하(又荷) 민형식(閔衡植)을 잇는 서도의 정통에 계신 분으로 위창(韋滄) 선생의 제자이기도 하신 분이라 합니다.
제1회 선전(鮮展)과 흥아전(�亞展) 이후 줄곧 초야에 계시다가 작년 11월에, 아버님께서도 보신 적이 있으신지 모르겠읍니다만, 서울 미도파 화랑에서 처음으로 개인전을 가지신 분입니다. 철저한 중봉(中鋒)과 현완 현비(懸腕懸臂), 신운 완운(身運腕運)의 엄정한 필법에서 새삼 깨닫는 바가 여간 크지 않습니다. 칠순의 고령에도 정정한 기력 하며, 꾸밈없고 겸허한 인품이 글씨보다 돋보입니다. 앞으로 얼마 동안 지도해 주실지 모르겠읍니다만 서도의 진수(眞髓)에 접한 깨우침이 긴요한 것이고 보면 기일의 장단(長短)은 다음의 일이라 생각됩니다.
날씨 풀리면 어머님께서도 어디 힘들지 않는 나들이를 가끔 하시는 편이 좋지 않으시겠읍니까.
오늘은 이만 각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