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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 한 잎 주우며
1980년 11월 25일 대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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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형님, 동생, 모두 무사히 묘사(墓祀) 다녀오셨으리라 믿습니다.
요지형제등고처 편삽수유소일인
遙知兄第登高處 遍揷茱萸少一人
(형제들 묘소에 올라 수유꽃 머리에 꽃을 때 문득 한 사람 없는 것을 알리라.)
지난 달 현충사(顯忠祠) 참관 때 떨어진 수유(茱萸) 한 잎 주워 왔읍니다.
보내 주신「시경(時經)」은 해의(解義)와 역(譯), 주(註)가 자세하여 그 오의(奧義)와 정회(情懷)에 어렵지 않게 임할 수 있을 듯합니다.‘시’는 고인(古人)들의 절절한 사연이 긴 세월, 숱한 인정에 의하여 공감되고 다듬어지고, 그리하여 키워진 노래라 생각됩니다. 그러기에‘이야기에는 거짓이 있어도 노래에는 거짓이 없다’고 하였던가 봅니다.
올 겨울에는「시경」에 담긴 무사(無邪)한 동방(東方)의 마음을 읽어 보려 합니다.
푹한 날씨로 눈이 못된 비가 추풍(秋風)에 실려 비닐 창문을 두드립니다.
어머님·아버님의 겨울 건강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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