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엽서 한 장에 담을만큼 왔읍니다

1977년3월2일 대전에서

창살 무늬진, 신문지 크기의 각진 봄볕 한 장 등에 지고 이윽고 앉아 있으면 봄은 흡사 정다운 어깨동무처럼 포근히 목을 두릅니다.
문득, 난장촌초심 보득삼춘휘(難將寸草心報得三春輝),‘지극히 적은 자식의 마음으로 봄볕같은 부모의 은혜를 갚기 어렵다’는 불우(不遇)했던 맹교(孟郊)의 시 한 귀절이 생각납니다.
봄볕뉘는 아무래도 어머님의 자애입니다.

「한국 현대사론」은 한 외국인의 소박하나 피상적인 개략이었읍니다. 근대사를 외국인의 시가에 의해서 일을 객관화해 본다는 의의는 있겠읍니다. 한우근(韓우劤)의「개항기의 상업연구」한 번 읽고 싶습니다.
김용섭(金容燮)의「이조후기 농업사연구 (李朝後期農業史硏究)」의 목차를 대강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겨우내 별로 글씨 쓰지 못하여 화선지도 그대로 남아 있읍니다. 이제 이 달부터 버들강아지 봄눈 뜨듯 부지런히 쓰려 합니다.
3월이라지만, 겨울은 아직도 어느 응달녘에 숨어 있다가 되돌아와 한차례 해코지를 한 다음 못내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물러갈 것입니다.
작년이던가 개나리가 피다가 얼어버린 측은한 기억이 있읍니다.
꽃이 얼다니, 저희는 예년과 같이 아직도 겨울 내의를 벗지 않고 있읍니다.